Sunday, November 21, 2021

나탈리아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나탈리아입니다. 러시아에서 왔고, 38세입니다. 한국에서 산 지 16년 됐어요. 

-어떤 계기로 한국에 오셨나요? 

대학교 때 어학 공부를 하러 한국에 왔다가 남편을 만났어요. 1년 동안 남편이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알고 지내다가 연애를 하게 됐고,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 당시에 22살이었는데 임신을 하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어요. 당시에 아기가 하나 있어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남편이 시부모님께서 아이를 봐 줄 수 있다고 설득해서 한국으로 와서 살게 됐어요. 그런데 둘째와 셋째를 아들 쌍둥이를 낳게 되면서 제 시간이 없어졌어요. 그러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제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의료 관광 쪽으로 공부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일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현재 경북대학병원에 코디네이터로 근무 중인데 환자가 없어서 서류 번역 일만 하고 있어요. 

-고국을 떠나올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당시에는 어려서 가족이 그리워질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외국에 오랫동안 나가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더 컸어요. 한국어를 3년 배운 후라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도 궁금했고, 기본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해서 좋았어요. 그러다 나중에 결혼하고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마음이 달랐어요. ‘남편 한 사람만 믿고 와도 되나?’, ‘남편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이 들었어요. 당시 저는 22살, 남편은 25살로 둘 다 어렸어요. 양가 부모님이 다 반대를 하셨지만 양가에 남편이 잘 할 수 있을 거라며 안심시켜드렸어요. 그렇지만 초기에 힘들었어요. 임신 상태라 심리적으로도 힘들었고, 친구도 없었고, 남편은 주말에 친구 만나러 가고 싶어 하고 해서 그때는 자주 싸웠어요. 

-후회를 한 적은 없나요? 

지금 주변에 누가 외국에서 살 거라고 하면 저는 반대하고 싶어요. 외국에서 외국인과 사는 것은 문화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힘든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그 문화를 느끼면서 살고 그 나라를 보고 살면 그 나라가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주변에서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멋진 곳에서 멋있게 산다고 얘기하면 멋져 보여도 타지 생활이 힘든 걸 제 경험으로 알다 보니까 멋진 것 보다 힘들게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외국인이라 차별을 느낀적이 있나요? 

지금은 시간이 꽤 지나서 문화도 익숙하고 적응이 된 상태지만 한국사람들이 여전히 저를 외국인으로 대해요. 나쁘게 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거리감이 있어요. 그들 속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문제가 생겨도 똑같은 책임을 묻지도 않아요. 외국인이기 때문에 잘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회사에서도 통역이나 번역 외로는 다른 일을 하기 어려워요. 학부모 활동 중에서도, 아이들이 반장을 할 때, 학부모 리더 역할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제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 느낌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런 모임에 나가지 않아요. 사회 뿐만이 아니라 시댁이나 남편도 그렇게 생각해요. 남편도 제 얘기를 듣기 보다 누나에게 더 의견을 구해요. 이전에는 그런 부분으로 싸우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 내려놓았어요. 이 나라의 문화는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고 사는 게 편해요. 저 뿐만이 아니라 주변 외국인들 얘기 들어보면 대체로 그렇게 느끼는 거 같아요. 

-자주 만나는 러시아 공동체가 있나요? 

제가 원래 활동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이라 러시아 학부모들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했었어요. 코로나 전에 해당 구청에서 지역 모임 지원금 같은 후원을 받아서 모임을 했었어요.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오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곤 했어요. 그리고 서로서로 한국 내의 생활 정보를 교환하곤 했어요. 이 모임은 러시아 사람들 모임이라 심리적 충족감이 들었어요. 아무리 바빠도 서로 이 모임은 빠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는 만날 곳이 없어서 지금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 최근에 경북대학교 노인대 교수님의 추천으로 버스를 대절해서 팔공산 야외에서 모임 하고 왔어요. 거의 1년 만의 모임이었어요. 

 -외로울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부모님과 통화하고 러시아 친구를 만나서 얘기해요. 한국 친구는 만나도 남편 흉보는 것까지 얘기하는 건 할 수 있는데 제 입장의 이야기는 공감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깊은 얘기는 안 하게 돼요.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여자의 삶은 아이와 연결이 많이 되어 있어서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러시아로 당연히 돌아가서 살고 싶어요. 그것만 기다리고 있어요. (웃음) 지금은 저도 바쁘고, 아이들도 바빠서 갈 수 없지만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어요. 여기서 계속 살진 못할 것 같아요. 다행히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어서 원할 때 쉽게 돌아갈 수 있어요. 

-고향이 제일 많이 생각날 때는 언제인가요? 

특정한 때 없이 친정 부모님이 현재 편찮으셔서 요즘 매일 생각나요. 그리고 특히 생각이 날 때는 해가 바뀔 때, 12월 31일부터 1월 1일이 러시아의 큰 명절이라 며칠 동안 가족이 함께 모여서 음식도 하고 놀기도 하는데 그때가 제일 생각이 많이 나요. 그런데 한국은 1월 1일이 특별한 날이 아니라 더 생각이 나요. 더군다나 제가 외동 딸이라 부모님 두 분이서 명절을 보낼 생각하니 맘이 쓰여요. 

-올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올해 계획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연말까지 계약이어서 지금 하는 일이 제게 맞는지 확실하게 파악하고 싶어요. 원래는 가르치는 일을 했어요. 다른 걸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쳤어요. 제가 아이들과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아이들과 만나서 놀면서 러시아어를 가르쳤어요. 요즘 러시아어 수요가 좀 있어서 좀 바빴어요. 어느 일이 제 적성에 맞는지 파악 후에 다른 병원에 구직하던지 소규모 러시아어 수업 교실을 열던지 결정하려고 해요. 저희 아이들은 2개국어를 하긴 하는데 갈수록 러시아어를 배우려 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중고등학생들이라 각자 바쁘고, 엄마 약속에 따라다니려고 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남은 한 해 동안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건지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서 거의 20년을 살았지만 제주도도 한번 못 가봤어요. 그 대신 가까운 경주에 자주 갔어요. 남편이 제가 어디 가는 걸 걱정하거든요. 예전에는 러시아에 가족 보러 자주 갔었는데 코로나로 러시아에 못 가서 올해는 여수, 통영, 광주 등에 가봤어요. 기본적으로 새로운 곳에 가는 걸 좋아해서 좋았어요. 가족이 많아서 돈이 많이 드는 것 말고는 괜찮았어요. 다음에는 친구랑 여행 가고 싶어요. 

-러시아와 한국의 일상 중 큰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한국의 삶은 틀에 박혀있다고 생각해요. 매일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한 가지 일을 완벽히 잘 하고, 그래서 발전이 있는 것 지만 융통성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인들은 미래를 위해 사는 것 같아요. 러시아인들은 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로맨티시스트도 많고, 소설가나 음악가가 많은 거 같아요. 또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 써요. 그래서 불안감이 느껴져요. 

-배우자 분과는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남편은 러시아어를 못해서 한국말로만 소통해요. 연애할 때는 한국어와 영어를 사용했어요. 남편이 러시아어를 크게 좋아하지 않아요. 별로 필요하지 않은 언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아이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외할머니, 할아버지도 있고, 제가 화나서 얘기할 때는 러시아어로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꼭 배워야 해요. 

-현재의 감정 상태와 삶은 어떤가요? 

육아가 힘들어요.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니까 더 공부하기 싫어하고 매번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힘들어요. 교육문제로 힘이 많이 빠져요. 그 밖에는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요. 다양하게, 건강한 사람들, 우울한 사람들 등등… 외국인 한 부모 가족이나, 미혼모, 혹은 큰 병을 앓다가 돌아가시는 분들의 일 처리 등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어요. 교육청 관련 일도 해요. 러시아 사람들 유입이 많은데 한국말을 잘 하는 사람이 없어서 일이 좀 많아요. 그리고 성격상 한 번 부탁받으면 끝까지 마무리해야 되는 성격이라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집에 가면 또 애들 일 봐줘야 하고요. (웃음) 

-미래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요? 

아이들이 엄마 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 러시아에 가서 한국 식당이나 문화 센터(언어나 음식, 공예 알려주는) 같은 것을 열어보면 어떨까 생각해요. 지금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이라 미래에 뭘 할까 생각해 두고 있어요. 

 -오브제 소개를 해주세요. 

러시아에서 가져온 도마와 한국어로 번역이 된 러시아어 사전입니다. 사전은 저한테 늘 도움이 된 책이라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